◆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
최근 프랑스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보기 위해 현대자동차의 수소차를 타고 가던 중 파리 시내 중심에 설치된 수소 충전 시연을 직접 지켜보면서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소차, 정확히 말하면 수소전기차는 현대자동차가 처음 상용화한 기술입니다. 차세대 친환경 차량으로 각광받고 있는 수소전기차는 국내에서는 충전 시설이 부족해 일반 도로에서 보기 힘든 실정입니다. 반면 유럽과 일본·중국 등은 적극 투자하고 있어 수소전기차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습니다. 수소전기차는 어떤 원리이며 장점은 무엇인지 알아볼까요?
◆ 수소의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물분자는 수소원자 2개와 산소원자 하나로 구성됩니다. 수소와 산소가 분리돼 있는 상태에서는 잠재적으로 화학에너지가 축적돼 있어요. 수소가스를 공기 중에서 태우면 산소와 결합하면서 물이 만들어지고 화학에너지는 열로 방출되지요. 휘발유를 태울 때 열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수소의 화학에너지를 열이 아니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장치가 바로 연료전지예요. 연료전지는 전극 두 개와 그 사이에 수소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 막으로 구성됩니다. 한 전극에는 수소를 공급하고 다른 전극에는 산소를 공급합니다. 수소 측 전극에서는 수소분자가 수소이온과 전자로 분리되지요. 분리된 수소이온은 전해질 속으로 녹아들어가 산소 측 전극으로 이동하고요. 산소 측 전극에서는 이동한 수소이온과 산소가 결합하면서 물이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두 전극 사이에 0.7V 정도 전압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수소의 화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된 결과입니다. 이를 직렬로 연결하면 원하는 수준으로 전압을 만들 수 있어요. 가령 수백 개를 직렬 연결하면 100㎾ 이상의 연료전지가 됩니다. 자동차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데 이를 수소전기차라고 하지요.
이 기술의 핵심은 수소가스를 수소이온으로 분해하고, 분해된 수소이온을 산소가스와 결합하게 하는 전기화학 반응을 효율적으로 유도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촉매가 사용되는데 현재는 백금이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효율적이면서도 좀 더 싼 촉매 물질을 개발해 연료전지 가격을 낮추는 것이 이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수소전기차는 탱크에 수소만 있으면 언제든 연료전지를 작동할 수 있어요. 탱크에 수소를 충전하는 시간도 5분이 채 걸리지 않지요. 급속 충전을 해도 1시간가량 소요되는 전기차와 대비돼요. 또 한 번 충전해서 갈 수 있는 주행거리가 500~700㎞로 전기차보다 훨씬 길어요.
◆ 수소전기차는 달리는 공기청정기
수소차(Hydrogen Internal Combustion Engine Vehicle)와 수소전기차(Fuel Cell Electric Vehicle)는 언뜻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른 자동차입니다.
수소차는 실린더에서 수소를 직접 연소해 동력을 얻는 자동차를 말합니다. 현재 양산에 성공한 수소차는 없습니다.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를 액화 상태로 보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자동차에 응축된 액화수소를 보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에요.
넥쏘 등 양산에 성공한 자동차는 모두 수소전기차입니다. 연료전지에서 산소와 수소의 화학 반응을 이끌어내 전기에너지를 저장하고 이 에너지로 모터를 돌려 동력을 얻지요. 전기차와 다른 점은 전기차가 전기에너지를 외부에서 투입해야 하는 반면 수소전기차는 수소를 활용해 자동차 내에서 직접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 우주 분자의 90%를 구성할 정도로 풍부한 에너지원이에요. 갈수록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초미세먼지까지 정화하지요. 현대차에 따르면 수소전기차 넥쏘는 1시간 운행할 때 공기 26.9㎏을 정화할 수 있는데 이는 성인 40명 이상이 1시간 동안 호흡하는 데 필요한 공기 정화량이에요.
수소전기차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연료전지 스택은 일종의 전기화학 반응기로,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청정한 공기를 공급해야 합니다. 이처럼 깨끗한 공기가 수소전기차를 운행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에 수소전기차는 3단계 공기 정화 시스템이 적용돼 있습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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