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낭송 대학·중용`과 `낭송 논어·맹자` 책을 한 꾸러미 안고 한양대를 찾았다. `매경CEO특강` 수업 강연자로 초청된 이 사장은 참석한 학생 100여 명 모두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HUG는 주택 관련 각종 보증업무와 기금 운용관리 등을 하는 곳이다. 업무만 봐서는 논어나 대학, 중용 등 고전과 연결고리가 없어 보인다.
이 사장 역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노동경제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전형적인 경제인이다.
그러나 그는 인생의 지혜를 얻은 곳이 책과 신문이었다고 강연에서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첫마디를 "스마트폰을 멀리하라. 스마트폰만으론 사람이 근시안적 시각에 갇힐 수 있다. 대신에 신문과 책에서 세상 사는 지혜를 배우길 바란다"는 당부로 시작했다.
그는 한국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돈을 모아 유학을 가겠다는 생각으로 투자자문사에 입사했다. 그러다가 외국계 증권회사에서 애널리스트 제의가 들어와 본격적으로 금융인의 길을 걸었다.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다가 2001년 국민연금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리서치팀장을 맡아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바쁜 생활 속에서 그에게 위로와 힘이 돼 준 것은 `책 읽기`였다. 이 사장은 자존감을 키우는 방법으로 책 읽기가 특히 적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에서 얼마나 자유롭냐에 여러분 자존감이 달렸다"면서 "책에는 여러분이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와 미래가 모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단편적인 지식만 검색하기보다는 관련 문서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읽으라는 얘기다.
이 사장은 대학생이 읽을 책으로 특히 `고전`을 추천했다. 대학·중용·논어·맹자 등 사서(四書)와 시경·서경·역경 등 삼경(三經)을 추천 도서로 꼽았다. 그는 "고전은 나이가 들수록 의미가 달라지므로 계속 읽어야 한다"면서 "1개월에 최소 2권 이상은 읽어야 생각이 말랑말랑해진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최근에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도 학생들과 함께 나눴다. 그는 `도시 이후의 도시`(신현규·이광재 저)와 유현준 교수의 `어디서 살 것인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있다고 밝혔다.
`인생 선배`로서 본인 경험도 편하게 풀어놨다. 그의 인생을 정의하는 키워드는 `집요함`이었다. 치열하게 산 과거를 설명하면서 "사표를 늘 주머니에 넣고 다녔고 일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숨을 멈추면 죽듯이 공부와 생각을 멈추면 죽는다는 신조로 열심히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연금에서 투자 포트폴리오 모델을 개발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 "집요한 성격 덕분에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생을 위한 인생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20년 후에 자신이 이루고 싶은 자기 모습을 구체적으로 정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20년 후 목표에서부터 현재까지 스케줄을 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징검다리를 설정하는 게 좋다"면서 "물론 1년 후 여러분 인생이 지금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르게 흘러갈 수 있지만 큰 그림을 그리며 살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 이 사장은 "성공한 사람들을 옆에서 지켜보니 다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더라"면서 "남을 험담하거나 주어진 상황에 대해 불평하기보다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인격이 되고, 인격이 운명이 된다"면서 "여러분의 작은 생각에 따라 20년 후 모습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팁도 대학생들과 나눴다. 그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많이 알고 있는 사람보다는 생각이 말랑말랑한 사람과 자신감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면서 "HUG도 사람을 많이 뽑고 있으니 도전해보라"고 말했다. HUG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총 160여 명을 채용했다.
[박윤예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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